이수만, 에이투오 엔터테인먼트 핵심 프로듀서이자 비저너리 리더(73), 매일경제신문 인터뷰
지난 10일 서울 청담동 블루밍그레이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수만 에이투오 엔터테인먼트 핵심 프로듀서이자 비저너리 리더(73)는 “이제는 말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과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아이돌 한류 시장을 개척한 ‘K팝의 대부’는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EXO, NCT 등 스타를 만들어내며 ‘황제 프로듀서’의 표본이라 불렸다.
– 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셨나요?
▷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마치지 못했던 것을 에이투오 엔터테인먼트에서 완성할 예정입니다.
– K팝은 이미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 아이콘입니다.
▷ 20년 전 제3의 한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해외 시장처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 멤버를 한 명 이상 포함하는 것도 합작의 일부였죠.
에이투오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프로듀서이자 비주얼 리더 이수만은 서울 청담동 블루밍그레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제 콘텐츠가 세계가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 프로듀서의 일이고, 그것이 K팝의 핵심입니다.”
–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 현지화입니다. 해당 국가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을 만드는 것이죠. 오래전부터 구상해왔지만 2017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조치)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다소 지연됐습니다. 원래는 65~70살까지만 일하고 마무리하려 했던 인생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 정치적 불확실성과 반중 정서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중국 시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큰 스타는 큰 시장에서 나옵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스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한국에서 나왔고, 박진영, 테디 같은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도 탄생했습니다.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려면 중국 시장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죠. 중국에서 ‘A2O MAY’를 시작했지만, 결국 전 세계를 향합니다.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입니다.
– 영향력과 정체성을 잃는다는 두려움이 ‘K팝 위기론’으로 표출되는데요.
▷ 씨앗의 뿌리를 내리면 어디서든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생산의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창작의 주도권을 우리가 가지면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 그런 국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좋은 작품을 만들 재능 있는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모이게 해야 합니다. 에이투오 엔터테인먼트는 10대들이 음악,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창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A2O 스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 제도적 지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K팝이 국가 부를 이루는 수단이 되려면 ‘프로듀서의 나라’가 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창작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좋은 프로듀싱이란 무엇인가요?
▷ 프로듀서의 역할은 원석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입니다. 재능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한데 모아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 30년간 K팝을 프로듀싱하셨습니다. 아드님도 K팝 작곡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승계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 첫째 아들은 자기 일을 하고 있고, 둘째는 A2O 엔터테인먼트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 부서에서 근무 중입니다. 회사를 물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스스로 프로듀서로 성장해야 하고, 너무 힘들게 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 많이 힘드셨나요?
▷ 무슨 일이든 힘든 건 없습니다. 그래도 남들이 10의 노력을 해 100을 얻을 때, 저는 1,000을 얻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이죠. 물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뇌의 5%만 쓴다고 하는데, 저는 6%까지 써보려 했어요.
– 다큐멘터리 ‘킹 오브 K팝’(2025년 5월 공개)에서 AI 이수만이 등장했습니다.
▷ 딥러닝된 기억과 경험이 아바타의 인공지능(AI) 프레임에 있습니다. 또 다른 나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 ‘연예인 로봇’도 그런 개념인가요?
▷ 네, 우리 소속 연예인을 위한 로봇도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각자의 아바타가 일을 대신하는 세상이 올 것이고,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커질 것입니다.
– AI도 프로듀싱하게 될까요?
▷ 그런 세상이 10년 안에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많은 능력이 AI로 넘어가겠지만, AI는 과거만을 학습할 뿐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는 AI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꿈꾸고 열망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 벽에 걸린 파란 나무 그림(꿈꾸는 나무)이 인상적입니다.
▷ 블루밍그레이스의 로고도 악보와 다이아몬드가 열린 나무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콘텐츠와 아티스트가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무처럼 토양에 뿌리내리고 이런 것들을 꽃피워 만들 테니, 기대해 주세요.
프로듀서 이수만 약력
△ 1952년 부산 출생 △ 1971년 경기고 졸업 △ 1972년 가수로 데뷔 △ 1977년 MBC 10대 가수상 수상 △ 1978년 서울대 농공학과 졸업 △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 컴퓨터공학 석사 졸업 △ 1989년 SM엔터테인먼트 설립 △ 1995년 법인 전환 △ 1996년 H.O.T. 데뷔 △ 2000년 보아 데뷔(동방신기, 소녀시대, EXO, NCT, 에스파 등 K팝 그룹 프로듀싱)
[정주원 기자]